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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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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illlili

 

바이오헬스.JPG

줄기세포, 개인맞춤의학,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의료기기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오헬스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 

이 책은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케어 센터에서

학계, 산업계, 의료계, 정부기관 등등 대한민국의 바이오헬스 전문가 49명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야 

 

이렇게 세상은 달라지고 있는데 내 전공은 어떨까?

마치 한의학은 고리타분하고 정체되어 있는거 같고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을거야

 

그런데 이 49명 중에 한의계 인물이 있어 

바로 가천대학교 생리학교실의 김창업 교수님이시지 

그분의 인터뷰 내용이 예과, 그리고 본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거 같아서 가져왔어

 

물론 이 인터뷰가 100%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의계를 대표하는 젋은 교수님의 insight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보면서 우리가 단지 원전만 바라보는 고리타분한 박제된 학문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학문이고 

나아가서 한의학 연구의 방향이나 현재 한의학의 위치를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시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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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대한 인식

황성웅

: 한의학은 전통 지식, 비과학적이라는 인상이 강한 분야이다.

양의학과 비교했을 때 한의학의 강점은 무엇인가?

 

김창업

: 침구요법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침구요법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현대적 연구결과들이 누적되어 있다. 현대의학으로 적절히 진단하기 어렵거나 치료가 곤란한 내과, 소아과, 부인과 등의 다양한 증상들에서 한약치료가 유효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현대적 임상연구 역시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전 세계적인 보완대체의학 시장의 성장, 이웃 나라 일본 의사들의 한방 활용 경험, 국내의 경우 약국에서의 한약 활용 경험 등을 참고해 본다면 한의학적 접근의 장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황성웅

: 한의약을 약보다는 기능성 식품 정도로 보는 인식도 있다.

 

김창업

: 한의학의 약물요법이 건강기능성식품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한약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쑥이나 콩도 한약에 속하지만 극단적으로 수은, 비소도 한약에 속한다.

건강기능식품과 비교적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한약도 있고, 독성이 있지만 치료를 위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조심스럽게 투여하는 약도 존재한다.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함께 따져서 처방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양약에 비해 한약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약리작용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천연물의 복합성분이 복합표적에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이는 오히려 양약이 갖추지 못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황성웅

: 천연물 신약의 경우 일각에서는 추출한 것을 제제만 양약화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창업 : 레일라, 신바로 등 국내 제약사에 의해 성공적으로 개발된 천연물 신약 (지금은 천연물 신약이란 명칭은 공식적으로 쓰지 않음) 의 경우, 성분들을 따로 추출하거나 합성한 것이 아니라 에탄올을 이용해 전체 성분을 그대로 추출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이 맞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약은 자연물이어서 성분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 함량이 효과를 갖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 단순 추출했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황성웅

: 최근 ‘통증을 어떻게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슈인데,

지금 약학으로는 잘 안 되지만 한의학적으로는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창업

: 미국의 예를 들자면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에 만성통증과 관련하여 침 치료에 관심이 많고, 이를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부작용이 적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은 침구요법들의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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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과학화

황성웅 : 침은 신경을 자극하는 것인가?

 

김창업 : 현재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우세하다.

 

황성웅 : 신경자극 외에 다른 어떤 과학적 작용원리가 있나?

 

김창업 : 예를 들어 침에 의한 자극이 신체 전반의 결합조직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어 원위부 (두 부위를 비교했을 때 몸통에서 더 멀리 떨어진 부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침을 놓으면 그 근처에 아데노신이 방출되어 화학적인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주목을 받았다. 침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가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학적으로 계속 분석해 가야 할 부분이다.

 

황성웅 : 현대 한의학에서는 과학화를 어떻게 시키고 있나?

 

김창업 : 보통 의학에서 말하는 과학적 접근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연과학적 방법이다. 인체와 질병의 메커니즘을 생리, 병리학적으로 연구하는 기초과학으로서 기초의학의 영역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임상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근거중심의학 EBM 적 접근이다. 이는 기전에 대한 이해보다는 통계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시한다.

후자에서 의미하는 과학은 사실상 통계이며, 자연과학적인 이해를 중요시하는 기초의학의 철학과는 간극 Gap이 존재한다. 사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한의학의 과학화를 논할 때 위 두 가지 의미의 과학을 따로 논하는 것이 혼동을 줄일 수 있다.

 

전자에 해당되는 침의 과학적 기전이나 약물의 분자 수준 기전 Machanism을 밝힘으로써 한의학을 재해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현대 한의학이라는 말을 쓰고,

 

후자에 해당되는 근거중심의학적 입장에서 한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현대 한의학이라는 말을 쓴다. 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의학 역시 기초의학 수준의 기전을 밝히고, 임상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를 모두 하고 있다.

 

황성웅 : 한의학에서 임상에 근거한 연구란?

 

김창업 : 기본적으로 근거중심의학 EBM을 중심으로 하는 양방과 비슷하다.

한국 한의계의 경우 1990~2000년대 초반 근거중심의학 패러다임의 부상과 함께 현대적 임상근거의 부재에 대한 공격을 많이 받았고, 이 당시 이에 대해 고민했던 젊은 세대들이 현재 적극적으로 근거중심한의학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어쩌면 한의사들의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관심은 평균적으로 양의사들보다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의학에서 다루는 변수 자체가 정성적이거나 주관적이어서 제어 Control하기 쉽지 않고, 정량화하기가 어려워 근거중심의학이라는 패러다임이 한의학과 잘 안 맞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최근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이 한의학과 잘 맞는 면이 있다. 보다 덜 정제되어 있지만 방대한 양의 현실세계 Real World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한의학의 상황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황성웅 : 한의학에서 현실세계 데이터 Real World Data 는 어떻게 기록하나?

 

김창업 : 현재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세계 데이터 수집은 지금 양방에서도 잘 안되고 있다. 양방의 큰 대학병원에서 전자의료기록 EMR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해도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처음부터 최대한 데이터를 정형화시켜 수집할 수 있도록 하여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고,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들에서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우선적으로 병원의 빅데이터를 정형화된 공통구조로 수집하고,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생활기록 Life Log 데이터까지 수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모습이다. 한의계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과제들을 진행 중이다.

 

황성웅 : 한의학에서 데이터를 모으기 힘든 이유는?

 

김창업 : 한의학에서 진단, 치료를 위해 참고하는 데이터는 현대의학에서 다루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데이터 - 예를 들면 혈압, 혈당, 각종 실험데이터 등 – 와 비교할 때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안면의 색, 혀의 상태, 소변, 대변의 상태, 환자의 다양한 주관적 증상 등 객관적이고 표준적인 방식으로 정량적 데이터 수집을 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양방에서도 기능성 질환은 설문을 통한 주관적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지만, 한의학은 이런 데이터의 비중이 훨씬 높다. 어렵더라도 한의학적 변수들의 계량화,표준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의임상 빅데이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의계 내에서 이러한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황성웅 : 생명과학,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한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특히 생명과학이 발전할수록 정밀의료, 개인맞춤으료로 간다고 하는데, 이는 사상의학 같은 한의학과 접점이 오히려 커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유전체학 등 소위 체학 Omics 의 발전은 한의학의 독자적인 과학영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한의학이 유전체 기술 등으로 발전하는 양의학에 편입되어 영역 자체가 소멸될까?

 

김창업

: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환원주의적 패러다임이 우세할 때에는 한의학의 전체론적 Holistic관점, 맞춤의학적 접근이 한의학만의 독특한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발전한 각종 체학 Omics 기술과 빅데이터는 ‘부분’에서 ‘전체’로, ‘환원주의 과학’에서 ‘시스템’ 과학으로 첨단 과학의 지향점을 바꾸었고, 이제 더 이상 맞춤의학이나 전체론적 접근은 서양의학 대비 한의학이 갖는 특징이자 장점이 아니라 미래의학이 지향하는 가치가 되었다.

한의학적 관점 및 가치가 첨단 의학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안주해서는 그나마의 상대적 우위조차 없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한의학 연구자로서는 과거 환원주의 일변도보다 한의학에 잘 어울리는 시스템 과학적 도구들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다. 이렇게 연구한 결과가 한의학 영역의 소멸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황성웅

: 자연과학적 접근에서는 한약의 약물 간 상호작용 분석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최근의 신약 개발 방식을 보면 ‘혹시 한약의 다대다 Multi Drug, Multi Target’ 관계성으로부터 미래 신약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김창업

: 기존에는 하나의 질병과 관련된 특정한 하나의 표적이 존재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에 작용하는 단일 약물을 찾아내는 것이 현대약리학의 기본 패러다임이었다. (One Drug, One Target).

그러나 최근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거듭되는 신약 개발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일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질병과 관계된 여러 타깃이 있고, 다양한 표적을 시스템 수준에서 표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네트워크 약리학시스템 약리학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실 아직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 사례는 없다.

한의학은 이미 수천 년간 복합성분-다중표적 전략을 경험적으로 훌륭하게 이용해 오고 있었고, 이 때문에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한약을 시스템 약리학 수주에서 분석한 연구들이 국제적으로 좋은 저널들에 실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현대의학에서 전근대적이라고 비난했던 한약의 작동방식, 활용방식이 오히려 첨단 의학의 연구주제가 된 것이다.

 

황성웅

: AI 신약 개발 업체를 봤을 때, 한약이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존 한의학에 이미 나와 있는 임상과 약물 관련 정보를 종합해서 쓰고, 이의 약리학적 기전 Mechanism을 규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네트워크 약리학 Network Pharmacology 전공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것인가?

 

김창업

: 원래 전공이 약리학 쪽은 아니다. 박사과정 전공은 뇌 네트워크 분석이었는데, 네트워크 분석에 필요한 방법론이 비슷하여 한의대에 자리를 잡은 이후, 한약의 네트워크 약리학적 연구를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로 삼아 공부하고 있다. 한약의 네트워크 약리학적 연구는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한약 복합성분의 다중표적을 AI (정확히는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기술을 이용하여 예측하고, 다시 이 다중표적을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의 방법론을 이용하여 분석함으로써 시스템 수준의 복합성분 약리작용을 설명하고자 하는 분야라고 설명할 수 있다.

 

황성웅

: 비슷한 관점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기보다는 한약과 관련이 있는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 Microbiome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제약산업 입장에서는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결국 이것도 아직 서양과학으로는 분석해내지 못했지만 한의학 관점의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김창업

: 아직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이나 유전자와 질병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명쾌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질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들이 많다. 소위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체질 등에 대한 결정적 인자를 인간 유전자에서는 찾기 힘들지만, 마이크로바이옴으로는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약이 실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은 2010년 무렵부터 많이 나왔으며 최근엔 구체적인 실험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고, 한의학의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강력한 방법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게 2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는 한약이 인체에 작용하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기존의 약리학적 관점에서 한약의 유효성분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약의 작용을 이해하려고 하면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매우 많다. 한약 자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성분이 장내 미생물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인체에 작용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라면 기존의 약리학적 접근으로는 한약의 작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 다른 관점은 한약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최근 활발한 연구주제이고, 아직 가시적 연구결과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의 추세로 본다면 향후 몇 년 이내에 이와 관련된 실증적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의 보편화

황성웅 : 한약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싸야 하는 이유가 있나?

 

김창업 : 재미있는 것은 30년 전에도 한약은 이 가격이었다는 사실이다.

한약이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국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황성웅 : 한의학을 보험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나라에서 감당되는 정도여야 가능할 것 같다.

 

김창업

: 현재 한의사협회에서 추진 중인 안이기도 한데, 첩약(탕약)을 보험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의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현실적으로 하고 싶어도 자연물 특성상 품질관리가 힘든 문제점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제약사에서 나오는 제제 Dosage Form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험도 최종적으로는 이런 현대적 제제에 대하여 적용,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탕약이 아니라 제제 형태로 바꾼다면 대량생산에 따라 단가가 떨어지고 더 좋은 설비를 투자하여 균일화, 표준화가 가능해진다. 자연물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안전성, 유효성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현대적인 형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황성웅 : 중의학이 과학화가 잘 되어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창업

: 중의학은 학술 연구 성과 측면에서나, 관련 산업계 측면에서나 비교가 어렵다. 중국은 수십 년간 중의학에 대한 국가 수준의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을 진행해 왔고, 그 결과 노벨상까지 수상했다.

최근에도 시진핑은 여러 차례 중의학을 국가 핵심 발전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중의약 산업 분야는 이미 중국 국내 시장만으로도 우리로선 넘을 수 없는 규모다. 사실상 해외 시장이 필요없을 만큼의 규모다.

그럼에도 중국은 엄청난 자금력과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같이 양방, 한방이 베타적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중의사, 서의사의 구분이 물론 있지만 그 역할 구분이 우리에 비해 뚜렷하지 않으며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융합 진료의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이처럼 학술적 연구 수준, 정부 지원 수준, 산업화 규모 수준, 임상에서의 경험 누적 등 모든 부문에서 한국을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황성웅 : 일본은 어떤가?

 

김창업 : 재미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한의사들은 일본 한의학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한방의사가 없어졌는데, 결국 현재는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한방의학 (캄포)을 공부하고 활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의학을 없앴는데, 한양방 통합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현재는 의과대학 커리큘럼에서 한의학을 교육하고, 한방전문의제도도 갖추고 있다.

어쨌든 독립적인 한의사면허와 한의과대학이 있는 한국에 비하면 일본 한방의 기반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일본은 개복수술 후 한약을 처방해 보고 장중첩증 예방효과를 발견하는 등 한양방 병용요법에 관한 새로운 발견과 경험을 풍부하게 축적해 왔다한양방의 갈등으로 협진 자체가 어려운 한국과 비교되는 면이다. 현대적인 한약제제 개발 측면에서는 일본이 독보적이다.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Quality Control를 통해 균일화된 제제를 만드는 것은 한,중,일 통틀어 일본이 제일이다.

 

황성웅 : 한방 임상 근거를 쌓는 데 양방이 필요한 이유는?

 

김창업 :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들이 치료한 환자가 양방 병원에 가는 순간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엄포를 듣고 더 이상 한의원에 못 온다. 한의학 치료를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많은 경우 양방 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경우 한방과 양방의 협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 의료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황성웅 :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해 독성검사를 안 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다 독성과 효과 검사를 하고 먹지는 않지 않는가, 앞으로 20년 후 한의학은 어떻게 발전될 것이라 보는가?

 

김창업

: 일단 독성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한약도 의약품인데 당연히 독성이 있다.

그렇다면 합성신약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앞으로 모든 한약에 대하여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통한 현대적 안전성 결과를 확보할 때까지 중지시키는 것이 맞는가?

일본, 중국, 유럽 등 전통의학의 유산이 있는 어떤 나라도 이런 비현실적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부터 써오던 것이니 어떤 독성평가나 안전성 평가도 필요 없는 것인가. 이것 역시 옳은 생각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활용 현황에 의거하여 전문가집단에 안전성 부분을 어느 정도 믿고 맡겨주고,

동시에 현대적인 안전성 연구와 평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한의학을 현대화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향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고, 중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 역시 동일하다.

 

한의학은 요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통음식을 비과학이라고 비난하지 않으며, 전통음식을 개량하기도 하고 조리법이나 재료의 준비, 요리 도구들을 현대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발전시키기도 한다.

요리사가 재료들의 물리적 성질과 화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요리하지 않는다고, 전통적 경험과 감, 비과학적 표현들을 이용한다고 요리가 맛이 없을 것이라 매도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요리 현장에서 요리사들은 첨단 화학 지식이 아닌 전통과 그들 자신의 경험에 의거하여 요리를 발전시킨다. 동시에 현대과학으로 숙성의 원리를 밝히고, 더욱 신선하게 재료를 보관하며, 미각을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합성감미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의학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의학 역시 전통적인 방식을 고스란히 이어온 것도 많고, 현대적으로 개량시킨 것도 있으며, 지금의 것으로 대체하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대체되지 않고 과거의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냥 옛 용어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실제로 더 잘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의 지혜와 과학은 베타적일 필요가 없다.

 

어떤 요리사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도 전통과 과학의 공존은 자연스럽다.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적인 방식의 공존이 20년 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출처 :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 p.50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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